낳아준다는 말에 기분이 왜 나쁜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여자만 가능한 일이고, 여자만 부담 가능한 일이다. 육아를 제하더라도 임신, 출산 자체가 신체적 부담이 가는 일이다. 의학기술이 발달하여 숨풍숨풍 문제 없이 낳는 사람이 늘었지만 아이를 낳다가 영구적인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는 여자들은 아직도 있다.
정자 은행에서 선진국, 명문대, 키180, 비흡연 같은 조건을 구구절절 붙여도 500만원이면 되지만 개발도상국의 저학력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대리모를 구하는 비용은 5천만원 이상부터 시작한다.
임신과 출산을 조별과제로 따지면 여자가 자료조사, 검토, 발표까지 100% 다 하는 역할이고 남자는 고맙다고 여자한테 말하는 역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남자는 애초에 자료조사, 검토, 발표를 할 수 없는 몸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름이 같이 올라갔다는 이유로 여자가 '이 과제는 내가 다 했잖아.'라고 말하면 안되는 건가?
같이 낳는 거라고 우기면 기분이라도 좀 나아지나? 둘이 좋아서 낳았다고 해도 이번 중대 과제에 한쪽이 혼자 99%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